한국의 음식점에서 손님에게 내놓은 음식물을 재탕,삼탕하는 것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어 많은 사람이 놀랐다고 합니다. 식당에서 일을 해보거나 주방의 모습을 본 사람은 외식을 안하게 된다는 소리가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만은 들리지 않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경험했던 음식점 아르바이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전 일본의 한 음식점에서 2년 간 서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규모는 중급정도 였는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이 낮시간대엔 아주머니 10명 정도, 저녁때는 학생 아르바이트 6~7명에 아침부터 마감시간까지 정직원 3명이 일하는 곳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청결하고 위생적이었습니다.제가 집에서 밥을 해먹어도 그정도로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음식물 재탕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가끔 손님이 술을 먹다가 돌아가면 손도 안댄 음식이 있을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정사정 없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밑반찬이 다시 나간다는건 상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단체 연회가 있으면 손님들 쓰라고 탁자위에 접시를 10개 정도 준비해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이란 것이 있는데, '손님의 테이블위에 내놓았던 것은 무조건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0개 준비한 접시중에 손님이 단 1장만 사용했더라도 나머지 9장을 전부 설겆이통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거의 매일 공짜로 '도시락'을 받았습니다. 주방장이 자취하는 학생에게만 (그때는 저와 다른 일본학생 단2명이었음) '야식 필요해?' 라고 물어본뒤 필요하다고 하면 도시락 2개분의 음식을 매일 싸주었습니다. 그건 자취하는 학생들이 '이뻐서' 싸 준 것이 아닙니다. 그대로 두면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전에 한번 튀기거나,잘라놓거나,언제든지 손님에게 내놓을 수있게 준비해둔 음식을 제가 도시락으로 받아오는 것입니다.
한번은 제가 '오늘은 괜찮아요' 라고 하니까 , 그 음식들을 바로 버리더군요. 그때는 '아아...저렇게 버리는 것을 내가 받아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주방장 본인도 그런 음식을 집에 가져가서 먹을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더럽거나,상한 음식이 아닌 보통 음식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재료나 음식들을 다음날 새 재료들과 함께 다시 손님에게 내놓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생각해보면 굉장히 많은 양의 음식을 받았었는데, 한국의 음식점들은 그 남는 음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나요? 아니면 주인이 싸가지고 가나요?
그리고 위생은 정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격했습니다.저는 하루 5시간의 알바를 했는데, 서빙을 하는 사람이 그동안 대략 몇 번정도 손을 씻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소한 20번 이상의 손을 씻었습니다.처음에 옷을 갈아입고 주방에 들어가서 인사를 한 뒤,업무용 살균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그리고 나서 음식을 나르겠지요? 그러다가 포크나 수저를 땅에 떨어뜨리기도 할 것입니다.그럼 그것을 줍게 되는데,땅에 손이 1밀리라도 닳으면 무조건 손을 씻어야 합니다.그리고 행주로 손님 테이블을 닦은 뒤에도 또 손을 씻고,맥주박스를 한번 날라도 또 손을 씻어야 합니다. 행주나 맥주상자등에는 세균이나 먼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제가 나르게 되는 깨끗한 접시이외의 물건을 만지면 무조건 손을 씻어야 했던 것입니다.그리고 화장실에 갔다올때는 2번씩 씻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주방에서 업무용 살균 비누로 책임자(주방장)가 보는 앞에서 또 손을 씻어야 합니다.
또한 업무용으로 쓰는 행주가 50개 정도 있었습니다.주로 주방에서 음식물이 튀거나,소스를 흘리거나 할때 닦는 용도로 쓰였죠. 그런데 그 행주를 매일 삶아서 소독합니다.하루도 안빼고 모든 행주,도마를 매일 삶습니다.과연 한국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행주를 매일 삶아서 쓰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요? 솔직히 저도 집에서 그 정도로 하라고 해도 못합니다.
그대신 주방장의 자부심과 자신이 대단했습니다. 구청에서 이번달에 위생점검이 있다고 해도 따로 준비하는 것도 없이 올테면 오라는 식으로 느긋했지요. 그런 모습을 보고 제가 느낀 것은 '이...가게는 내가 몇 년후에 와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한국 인터넷 게시판을 경우 어떤 식당에서 일을 해본 뒤 다시는 밖에서 음식 안 사먹는다는 이야기를 간혹 보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요.
물론 일본의 모든 음식점이 제가 일했던 곳과 같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 친구가 일했던 곳에는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환경에서 적당히 일을 했다는 소리도 가끔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구석구석까지 어떻게 음식이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는 과거에 일했던 사람이 언제든지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는 식당과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식당으로 구분짓게 만드는 것은 역시 경영자의 양심과 식당에 대한 신뢰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에도 분명 양심적으로 청결을 최우선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습니다.하지만,저렇게 물을 흐리는 업소들이 사라지지 않는한,소비자들도 피해일 뿐만 아니라 양심적으로 영업을 하는 식당들까지 차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하겠지요. 부디 많은 음식점에서 '자기 가족에게 내놓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양심적인 운영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일본 음식/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에서 비오는 날 수퍼가는 이유 (4) | 2009/06/22 |
|---|---|
| 일본카레의 모델은 해군 짬밥이었다 (4) | 2009/04/22 |
| 한국와서 라면가게나 한번 해보라고? (5) | 2008/12/06 |
| 일본 생맥주가 맛있는 이유 (7) | 2008/09/04 |
| 일본의 넘버원 패스트푸드는? (2) | 2008/09/04 |
| 내가 경험한 일본식당의 청결 (25) | 2008/08/30 |
| 일본ANA 항공 기내에서 소주 제공 (0) | 2008/06/04 |
| 한국소주도 다양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12) | 2008/05/23 |
| 일본식 소주 마시는 법 (3) | 2008/04/15 |
| 토마토소주? 밤소주? 신기한 일본소주 (4) | 2008/04/13 |
| 프레미엄 일본소주 3M 이란?? (2) | 2008/04/12 |
블로거들의 교류가 여러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Take the Red Pill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seoulchris 님으로 부터 편견타파 릴레이라는 주제 이어가기의 바통을 넘겨 받았다. [이전 주자인 seoulch..
얼마전 국제선 항공기를 탈 기회가 있었다.한국 항공회사의 비행기였다.식사와 음료수가 나오고 다 먹은 음식의 정리까지 끝나자 기내 면세품 안내/판매가 시작되었다.국제선에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므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로봇'을 소개합니다. 시판되고 있는 취미용 장난감 로봇을 개인이 개조하여 자신만의 '커피타주는 로봇'으로 개조를 한 물건입니다.왠지 '오덕'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보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일본은 '벤또'라 불리는 도시락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직장인들의 경우 식당에 가서 먹는 사람도 많지만 편의점이나 도시락가게에서 저렴한 도시락을 사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수퍼에 가도 도시락이나 반찬등을 종류별로..
얼마전 아는 일본사람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에 열 번이상 다녀왔고,한국어를 배우기도 하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그런 그 사람이 한국인 학생을 한달 동안 홈스테이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선수가 최근에도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올스타 투표가 진행중인 지금도 홈런 뿐만 아니라 오랜 타석 안타를 쳐내지 못하는 등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리고 있지요. 추정연봉..
일본은 벌써 장마철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본의 장마철은 길기도 하고 습도가 높아서 별로 반갑지 않은 계절이지요. 장마철에는 역시 '우산'이 필수인데,비가 많은 일본이니 만큼 우산을 사용하는 횟수도 많지요. 그러다보니 디자인이나..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의 애니메이션 '에반겔리온'.만화,영화,음악CD 뿐만아니라 식품,음료,음식 등의 업체와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인 일본을 대표하는 '우량 컨텐츠'입니다. 이제는..
일본의 지하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출근시의 콩나물시루 같은 풍경...정장을 한 남녀들이 졸거나,책을 보거나,게임을 하거나,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들입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우리가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는 '치한'이..



![[편견타파릴레이] 편견이 없다는 '편견'](http://cfs.tistory.com/blog/plugins/tatterDesk/image/imgempty.png)
Prev
Rss Fe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