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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4 09:12

역도산의 무덤에 가다



역도산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사람이지만 간단히 소개를 하기로 하죠. 역도산은 전후 일본의 프로레슬링계의 전설적인 스타입니다.보통 스타정도가 아니라 한 시대를 뒤흔든 국민적인 영웅이었죠. 하지만 이면에는 '한국인 김신락' 이라는 것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전후에는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설경구씨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을텐데요.

사실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만은 아니었습니다. 술버릇이 나빠 술만 먹으면 사람을 때리거나,싸움을 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국민적 영웅인 그를 말리거나 나무랄 사람도 없었습니다. 또한 그는 일본의 암흑가와도 유대가 긴밀했습니다. 그가 탄생시킨 일본프로레슬링협회의 회장이 일본우익의 최고거물 코다마 요시오 였고,부회장이 고베의 작은 폭력단을 일본최고의 야쿠자로 올려놓은 야마구치파의 세번째 보스 타오카 카즈오 였으니까요. 사실 폭발적인 인기가 있던 프로레슬링은 그야말로 돈주머니나 다름없었으니 암흑가에서 볼때는 최고의 사업이었겠죠.

그런 그가 술집에서 야쿠자와 시비가 붙었는데 역도산은 야쿠자를 일방적으로 폭행합니다. 거기에 열이 받은 야쿠자가 칼로 역도산을 찔렀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역도산은 사망합니다.
  (마지막에 부연설명 하겠습니다)


5월13일 동경은 흐리고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습니다.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는데 일이 좀 일찍 끝났습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예전부터 한번 가보려고 했던 역도산(力道山) 의 무덤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동경의 한복판인 신바시(新橋)에서 지하철 아사쿠사(浅草)선을 타고 15분 정도가면 니시마고메(西馬込)역에 도착합니다. 니시마고메엔 혼몬지(本門寺)라는 큰 절이 있는데 그 절안의 묘지 한켠에 역도산의 무덤이 있습니다.

니시마고메 역에서 혼몬지(本門寺) 방향은 표지판으로 찾기가 쉽습니다. 대략 걸어서 10분정도면 절에 도착하고 경내를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역도산의 무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절이 굉장히 넓고 절안에는 무덤이 상당히 많아서 찾기가 아주 힘듭니다.

하지만 먼저 제일 큰 건물인 절의 본당을 찾아 정면에서 보면 오른쪽에 5층탑이 있는데 그 5층 탑쪽으로 가면 그 주변에 '역도산의 묘는 이쪽입니다' 라는 안내푯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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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혼몬지의 본당을 정면에서 본 사진입니다>



5층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역도산의 무덤이 보입니다. 역도산의 상반신 동상이 서 있어서 멀리서도 알 수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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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역도산의 묘입니다. 왼쪽엔 역도산의 비라는 커다란 비석이, 오른쪽엔 그의 동상이 있습니다>






동상을 보면 정말 사실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팔짱을 끼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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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무덤의 곳곳을 살펴보았지만, '한국인' 이라는 말과 '김신락'이라는 그의 본명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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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의 옆면 사진과 비석. 일본인으로 귀화할때의 이름인 모모타 미츠히로(白田光浩)라는 이름만 있습니다>



사실 그는 일본땅에서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중간자의 입장에서 살다간 사람입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북한의 김일성에게 벤츠를 선물하거나 한 것도 기자들이나 몇몇의 사람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뒤를 봐주는 야쿠자와 그의 절대적인 인기 앞에 입밖에 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일본의 영웅인 '역도산' 이자 일본인 '모모타 미츠히로' 로 이 절 안에 잠들어 있습니다.

전 이것을 보고 얼마전 소동이 일어났던 사천출신의 카미카제 대원 탁경현을 생각했습니다. 그 역시 미츠야마 부미히로 라는 일본 이름을 가졌고, 일본의 전쟁을 위해 죽은 사람인데,지금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지요.

만약 한국에 역도산의 위령비를 세운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아마 사천에서 벌어진 것 만큼의 반대는 일어나지 않겠지요. 전 둘다 시대가 낳은 비운의 주인공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이 식민지가 되지 않았었다면 그 둘다 만리타향의 절과 신사 안에 잠들 이유도 없었을테니까요.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그 사람들은 자기가 죽으면 어디에 묻히기를 원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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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듯한 표정의 역도산 동상>



역도산은 지금까지 야쿠자의 칼에 찔려 죽은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몇 년전에 그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가  '의료사고' 였음을 밝혔습니다. 칼에 찔리고도 며칠을 멀쩡히 지내다가 갑자기 악화되어 죽었다는 것에 대해 온갖 소문과 유언비어가 난무한 것도 사실입니다. 병실에서도 폭음을 하다가 악화되어 죽었다는 둥, 당시 간병을 하던 안토니오 이노키가 주어선 안될 음식을 주었다는 등 하는 이야기 였지요. 하지만 기관지 튜브를 삽입할때 실수를 해서 질식사 했다는 증언이 나온것이죠. 일본을 호령하던 영웅의 죽음으로써는 참 허무한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1위가 한국 여행객이라고 합니다. 동경에서는 오다이바,시부야,디즈니랜드 등이 인기라서 정말 한국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지요. 오다이바디즈니랜드도 좋지만 만약 시간이 조금 나신다면 역도산의 무덤을 한번 방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다이바를 가기 위해 전철을 갈아타는 신바시에서 전철로 15분,도보 15분만 가면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사람중에는 역도산이 한국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고, 그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국민적 영웅도 죽은 다음에는 절의 한켠에서 동상과 비석만이 지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의 무덤을 뒤로하는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허전하더군요.5월의 흐린 동경의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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